시(詩)6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박재삼 시(詩) / 추일서정(秋日抒情) 김광균 시(詩) 하루가 멀다 하고 냄새가 다릅니다. 9월이 깊어갈수록 가을도 깊어갑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뽀얗고 초록은 점점 색이 바래지고 따갑던 볕은 따사로움으로 점점 바뀌어가는 계절. 조급한 마음이 먼저 가있는 시간에, 가을시 두 편을 소개합니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 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박재삼 - 섣부.. 2023. 9. 7.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성미정 시(詩) 왠지 모를 어수선함이 가득한 날, 뒤숭숭한 마음을 뒤적거리듯 책을 뒤적거려 발견한 성미정의 시 를 소개합니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당신도 언젠가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2023. 7. 21. 무화과 / 비에 대한 명상 / 우산들 이재무 시(詩) 어둠을 세차게 달리던 비가 오늘은 해에게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문득 이맘때쯤이면 '무화과' 열매가 열리는데 싶어 생각난 시가 무화과입니다. 내친김에 이재무 시인의 '비에 대한 명상', '우산들' 시도 소개합니다. 무화과 술안주로 무화과를 먹다가 까닭 없이 울컥, 눈에 물이 고였다 꽃 없이 열매 맺는 무화과 이 세상에는 꽃 시절도 없이 어른을 살아온 이들이 많다 비에 대한 명상 비에 마음이 젖어 너덜너덜하다. 빗소리를 따다가 전에 부치면 빛깔이 좋고 맛도 있다. 마음이 몸에 난 쪽문을 열고 나가 쏘다니다가 후줄근하게 젖어서 돌아온다. 빗소리는 사물들이 비를 빌려 우는 소리다. 빗소리는 사물들의 의식이고, 사물들의 영혼이다. 비에 젖는 사물들은 겸손하다. 빗소리는 육체를 가지고 있다. 사물들은 온몸이 귀와 .. 2023. 7. 5. <장마> 최옥 詩 6월 여름 안에서 바람이 까슬까슬 잘 마른빨래사이를 어슬렁거립니다. 발이 없어 소리가 없는 걸까. 오늘따라 살금살금 공기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바람. 옷이 날리고 초록색 나뭇잎이 간들거리는 것을 보며 바람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산능선 위에 몸을 걸친 채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 해님. 순식간에 어둠이 하나씩 찾아들기 시작합니다. 일요일부터, 불청객일지 반가운 객일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만나봐야, 외면해야 할지 악수를 나누어야 할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여름이 점점 힘이 세지고 있는 6월의 끝자락, 날씨는 청명한데 마음에는 습기가 쩍쩍 달라붙습니다. 문득 비에 관해 생각하다가 읽게 된 시 입니다. '최옥'이라는 시인도 '장마'라는 시도 처음 접했습니다. 지금과 참 알맞게도.. 2023. 6. 2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