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서 태어나 평생 습지에서 살다가 습지에서 생을 마감하는 '습지 소녀' '카야'의 삶을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그린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작품 정보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
개봉 2022년
장르 드라마, 로맨스, 미스터리, 법정
각본 루시 알리바
감독 올리비아 뉴먼
원작 델리아 오언스 동명 소설
러닝타임 125분 국가 미국
출연 데이지 에드거 존스(카야 역), 테일러 존 스미스(테이트 역), 해리스 디킨슨(체이스 역), 데이비드 스트라탄(톰 역) 외 다수
수상 31회 MTV영화&TV상 최고의 주제가상
간단 줄거리
1969년 10월 30일, 늪이 있는 낡은 소방망루아래에서 청년 체이스가 죽은 채 발견된다. 사건의 범인으로 습지 소녀 '카야'가 지목되고 그녀는 법정에 서게 된다.
카야가 어렸을 때, 아버지의 폭력과 주사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엄마가 집을 나간다. 이후 형제들도 하나 둘 집을 나가고 결국 카야와 아버지만 남는다. 하지만 아버지 또한 집을 떠나버리고 카야는 홀로 습지의 판잣집에서 살아간다. 바클리코브사람들은 습지에 사는 카야를 외면하고 무시했다. 유일하게 카야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흑인인 점핑부부였다. 카야는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습지가 있었다. 습지를 둘러싼 자연의 모든 것들이 친구였고 가족이었으며 그녀 또한 마치 습지의 일부인 것처럼 습지를 사랑했다. 그렇게 세상과 단절되고 고립된 채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던 중, 어린 시절 잠시 알고 지냈던 테이트를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깊이 사랑하게 된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비롯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다. 카야는 습지의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그림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테이트는 공부를 위해 떠나야 했고, 카야는 돌아오겠다던 테이트의 약속을 굳게 믿고 기다리지만, 테이트는 돌아오지 않는다. 심장이 죽는 것처럼 깊은 슬픔에 빠지는 카야. 그런 카야를 다시 일어서게 한 것은 습지였다. 이후 테이트가 떠난 자리에 체이스가 다가오고 카야도 마음을 열지만 체이스는 좋은 남자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후 카야는 체이스를 밀어내고 매몰차게 대하지만 체이스는 카야를 끈질기게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체이스가 추락사한 채로 발견되었다. 바클리코브 사람들 대부분이 카야가 범인일 거라고 웅성댔다.
정말 체이스를 죽인 범인은 카야일까.
감상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책으로 먼저 만났었다. 아마도 2021년쯤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은 후 한동안 카야 속에서 허우적댔었다. 그녀의 인간으로서의 깊은 외로움이 날카로운 송곳처럼 가슴을 후벼 팠었다. 그리고 문장마다마다에 글자로 찍힌 선연한 아픔과 풍경들이 마음 깊은 곳까지 바람이 들게 했었다.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였다. 영화를 더 일찍 보지 않았던 이유는.
어제 영화를 보았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수많은 그림들이 날것이 되어 움직였다. 영화는 영화대로 영상미가 훌륭했다. 이제는 이 작품을 영상으로도 기억할 것이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쉽게도 영화는 책의 내용이 많이 제외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그 시대의 사회상(1950,60년대)이나 인종 차별, 편견 따위와 아버지의 폭력의 원인, 습지에 사람들이 살게 된 배경 등이 그렇다. 카야가 마을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 시대의 사회적 배경도 한몫했을 것이다. 사람은 귀가 얇다. 편견에서 비롯되는 선입견은 무척 질기고 명이 길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를 미워하고 밀어낸 사람들은 그들이다'는 카야의 말이 아프다. 카야를 다시 만난 것은 반가웠지만, 책이 그려놓은 이야기와 감동을 다 담지는 못했다. 심연부터 적재되어 있는 카야의 심리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아마도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여러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 카야의 성장기가 담겨있고, 살인 사건이라는 미스터리가 담겨있고, 사랑이야기와 법정 이야기도 담겨있다. 그런 것들이 어색하지 않고 적절하게 버무려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작가의 필력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엔 반전이 있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반전이긴 하지만.
습지에서 홀로 자란 카야. 그녀가 세상과의 경계를 허물며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편견을 부수고 종내에는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내가 만든 편견들을 가지고 살아갈까. 외롭지만 외롭지 않았던, 삶자체가 자연, 습지의 일부였던 그녀의 삶이 눈부시다. 여전히 카야를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찌르르 아파온다. 하지만 책을 덮고, 영화가 끝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혹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책으로 아직 만나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자연에 선과 악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저 살아남기 위한 방법들이죠."
- 카야의 대사 中에서-
'방구석영화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치 2 미스터리 미국 영화 소개, 정보, 간단줄거리, 감상 (0) | 2023.06.29 |
---|---|
어느 가족 (Shoplifters 2018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0) | 2023.06.20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嫌われ松子の一生) 일본 영화 정보, 줄거리, 감상 (0) | 2023.06.15 |
강동원, 신은수 주연 <가려진 시간> 한국 판타지 영화(2016년) (0) | 2022.10.27 |
기대되는 영화 넷플릭스 개봉 예정 영화 <승부> (0) | 2022.10.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