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아네모네 마담
원작 주요섭의 단편 소설 <아네모네의 마담 1936>
방송일 1985년 TV문학관
UHD 방송 2023년 7월 16일 KBS 2TV 24:55
극본 박병우
연출 이윤선
출연 정영숙(마담 역), 홍요섭(대학생 역)
줄거리(스포 포함)
1930년대 일제치하의 어느 호젓한 찻집 '아네모네'. 아네모네에는 '영숙'이라는 여인이 마담으로 있다. 나라 잃은 시대를 고뇌하는 예술가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어느 날, 한 대학생 청년이 아네모네를 찾는다. 그 대학생은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을 청한 후 창가자리에 앉아 홀로 차를 마신다. 이후로 같은 시각이 되면 늘 찾아와 같은 자리에서 차를 마시며, 마담을 뚫어져라 쳐다보곤 했다. 마담 영숙은 청년이 자신을 계속 바라보는 것이 자신을 사랑해서라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종업원도 십중팔구 그럴 것이라며 영숙을 부추긴다. 영숙도 그 대학생이 싫지 않아서 내심 눈여겨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렇다 보니 말도 못 하고 하냥 바라만 보는 청년이 못내 안타까운 영숙이다. 그녀는 언젠가부터 그 대학생을 기다리곤 했다. 혼자 청년과의 만남과 사랑을 상상하곤 했다.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청년이 답답하기도 했다. 청년이 찻집에 오지 않으면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영숙은 매일 외모를 치장하고 귀걸이도 했다. 청년과의 사랑에 대한 상상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대학생이 아네모네에서 친구를 만난다. 화가 난 듯 고통스러워하던 청년. 그런 청년을 보며 영숙의 마음도 자신 때문인가 싶어 편치 않았다. 이후 또다시 친구와 함께 아네모네를 찾은 청년. 친구 앞에서 소리치며 분노하더니 갑자기 흘러나오던 미완성교향곡 레코드판을 부숴버린다. 그러고는 뛰쳐나가버리고, 청년의 사연을 청년의 친구로부터 듣게 된다.
그 대학생은 학교 교수의 부인을 사랑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던 중에 그 부인이 죽었다. 청년은 그녀를 잊지 못해 괴로워했고 아네모네 찻집을 자주 찾은 이유는, 그리고 마담 영숙을 홀린 듯 쳐다본 이유는 죽은 그 여인과 닮은 모나리자 그림 때문이었다. 아네모네 마담 영숙이 앉아있던 자리 뒷 벽에는 모나리자 그림이 걸려있었던 것이다.
영숙은 그제야 일장춘몽 같았던, 한여름밤의 꿈같았던 환상에서 깨어나고 씁쓸해한다.
후기(감상)
<UHD로 만나는 TV문학관>은 KBS가 공영방송 창사 50주년을 맞아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TV문학관은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주요 소설작품을 드라마화하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요즘 말로 하면 원작이 있는 드라마인 셈이다. 우연히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발견했다. <아네모네 마담>이라는 작품을 감상했다. 실제 이 작품의 원작의 배경은 1930년대다. 드라마는 85년에 만들어졌다. 23년을 살고 있는 지금의 눈으로 드라마를 보면 재미는 두 배가 된다. 지금도 활동 중인 배우의 리즈시절을 만날 수 있다는 점과, 80년대의 드라마기법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중 배경은 30년 대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80년대이니까 말이다. 드라마 기법이나 영화 기법 따위 일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무언가 추억을 더듬게 되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풍긴다.
<아네모네 마담>은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로 처음 만난 셈이다. 누구는 사랑을 읽어낼 것이고 누구는 환상을 읽어낼 것이고 누구는 짝사랑의 비애를 읽어낼 것이고 또 누군가는 착각과 오해를 읽어낼 수도 있을 내용이다. 추리 소설도 아니고 미스터리 소설도 아닌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이 작품으로 말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드라마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실제 소설에 있는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제치하의 고뇌하는 지식인, 당시의 여성, 불륜 등 다양한 곁이야기가 감초처럼 잠깐씩 등장한다. 지금과 비할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때도 지금도 시대를 넘어 한결같이 되풀이되고 있는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문제를 직면하고 이겨내는 방식은 그때와 지금이 많지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 드라마 <아네모네 마담>은 어떻게 보면, 누구나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사랑을 꿈꾸고 상상해 보는 일은 흔한 일이니까. 그게 혼자만의 망상이었음을 깨달았을 때의 오글거림은 감수해야겠지만. 드라마를 보며 지난 서툴고 서성대던 일화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마담의 그런 상상의 나래나 행동이 영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마담은 혼자다. 차곡차곡 쌓인 외로움들이 그런 혼자만의 상상 사랑을 피어오르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도 한몫했을지도 모르고.
아무튼, 사랑이란 것은 시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인 모양이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심히 낭만적이다. 사랑앓이는 시간을 뚫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참고로, 아네모네 꽃은 '바람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꽃말은 '덧없는 사랑'. 이 작품과 제법 잘 어울리는 꽃이다. 주요섭은 이 꽃말을 알고 이 소설을 썼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UHD로 만나는 TV문학관>은 지난 3월부터 방영되었던 모양이다. 총 20편을 엄선해서 방영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아네모네마담>은 17번째 작품이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지난 16편도 다시 보기로 감상할 수 있다. 그 시대를 거쳐간 유명한 배우들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 등의 리즈시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 외에도 tv문학관의 지난 드라마를 감상하고 싶다면 유튜브 '옛날티비 : KBS Archive'를 방문해 보길 바란다. 나도 이 드라마를 본 후에 알게 된 곳이다.
오늘도 비는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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