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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영화관

<고령화 가족> 한국 영화 소개, 정보, 줄거리, 리뷰

by 오후 세시의 바람 2023. 9. 11.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바람 잘 날 없는 콩가루 집안. 고령화 시대의 고령화 가족을 만나다.
"근데, 인모야 우리 다 식구야. 한모도, 미연이도, 너도. 우리 다 같이. 식구가 별거니? 한데 모여 살면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울고 웃으면 그게 가족이지."  - 엄마의 대사 -
 
 

영화-고령화가족-포스터
고령화가족&amp;nbsp; 포스터 출처 네이버

 

작품 정보

고령화 가족(Boomerang Family)
장르  드라마
개봉  2013.05.09.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12분
수상  2013년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
원작  천명관의 동명 소설 <고령화 가족>
감독  송해성
출연  박해일(인모 역), 윤여정(엄마 역), 윤제문(한모 역), 공효진(미연 역), 진지희(민경 역) 외 다수
 
 

줄거리

각자 독립된 삶을 살던 세 남매가 혼자 살고 있던 엄마 집으로 모여든다. 영화를 대차게 말아먹고 죽으려던 순간에 엄마의 전화를 받고 엄마 집에 갔다가 눌러앉은 둘째 인모, 교도소에 갔다가 출소한 백수건달 첫째 한모, 그리고 두 번째 결혼까지 쫑난 막내 미연과 미연과 똑 닮은 싸가지 밥 말아먹은 것 같은 중학생 딸 민경까지 조용했던 집은 금세 시끌벅적 복작복작해진다. 엄마는, 나이 먹은 애물단지 세 자식을 군말 없이 받아들이고 매일 고기를 사다 먹이며 살뜰히 거둔다. 
어느 날, 한모가 한 짓으로 오해가 생기고 형제간에 고성이 오가며 집안이 뒤집어진다. 그 일로 인모는 몰랐던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 홧김에 인모는 엄마가 하는 일을 까발린다. 한모와 인모와 미연, 그리고 엄마는 온전한 피로 연결된 가족이 아니다.
민경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람 잘 날 없는 집도 싫고 삼촌도 싫고 근배(엄마의 새 애인)도 싫다며 가출을 한다. 난리가 난 형제들은 각자 민경을 찾기 위해 세상과 일종의 타협을 하고 백방으로 민경을 찾아 나선다. 인모는 자존심에 거절했던 성인 영화감독 제의를 받아들이고 한모는 '약장수'의 파친코 바지사장 제의를 받아들인다. 우여곡절 끝에 약장수 쪽에서 위험에 처해있던 민경을 찾아 한모가 무사히 집으로 데려온다. 
인모는 바람핀 아내의 이혼 요구에도 끈질기게 서류정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가, 마침내 이혼을 한다. 한모는 바지사장을 하다가 약장수가 하는 말을 엿듣고는 사고를 친다. 미연의 세 번째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이었다.
 
 

<고령화 가족>은

언제였는지는 딱히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전에 봤던 영화다. 당시에는 설렁설렁 봤는지 딱히 어떤 큰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넷플릭스에서 이리저리 영화를 찾아보다 며칠 째 계속 눈에 띄어 다시 보게 된 영화가 '고령화 가족'이다. 가족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은 그야말로 요즘 말로 막장이다. 살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틀을 씌우는 많은 프레임들 중 '가족'에 대해 막무가내로 덮어씌우는 프레임 인지는 몰라도, 상식적인 가족의 형태는 아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가족은 피를 이어받아온, 피가 연결된 사람들이다. 이 영화 속 가족은 피와 별개로 엮인 가족이다. 피를 따지자면 첫째 한모는 생판 남이고 인모와 미연은 아버지가 다르다. 그럼에도 가족으로 얽힌 이들 세 남매, 그 중심에 엄마가 있다. 엄마는 한모를 어릴 때부터 키웠고, 외도로 미연을 낳았다. 피보다는 사랑으로 품었고, 그래서 셋 다 소중한 자식들이다. 그래서 나이를 한참 먹고도 다시 엄마 품으로 들어온 자식들을 내치지 않는다. 아니, 어떤 면에서 엄마는 좋아하는 듯 보인다. 적막만이 감돌던 집이 소란스러워짐과 동시에 사람냄새가 가득 차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일을 하면서 새가 새끼를 위해 먹이를 물어 나르는 것처럼 열심히 밥을 해서 먹인다.
 
'고령화 가족' 속에는 둘러앉아 밥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매일, 고기가 끊기지 않는 밥상이다. 엄마는, 어리나 젊으나 늙으나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면 행복한 것일까. 가족을 달리 부르는 말로 식구(食口)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다. 엄마의 대사에 나오는 가족의 정의가 이 말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피보다 더 찐한 것은 살냄새 풍기는 정(情)이 아닐까. 끈끈함으로 이어진, 끊어지지 않는 질긴 실이 아닐까.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지가 한참 전이다. 다시 캥거루족이 된 고령화 가족도 세상 여기저기에 있을 것이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비현실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다. 천날만날 투닥대고 언성을 높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본능처럼 챙기는 가족들. 시끄럽고 요란스럽지만 눈물이 핑 돌 만큼 따뜻함도 있는 영화다. 요즘 말로 콩가루 가족이지만, 그래도 가족임을 보여주는 영화다.
 
엄마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담벼락 돌 틈을 뚫고 피어있는 들꽃을 멍하니 바라보며 "꽃이 예쁘게 폈지? 엄마처럼 말이야." 인모에게 하는 말이다.(영화 초반과 후반 두 번 등장하는 말이다.) 돌 틈에서도 강인하게 꽃을 피워낸 들꽃. 엄마에게 그 꽃은 엄마 자신이지 않았을까.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다.
삶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진창도 많다. 흙탕물을 옴팍 뒤집어쓰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저 들꽃처럼. 그리고 따로 또 같이 가족으로.
이상 <고령화 가족>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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