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구석영화관

아프니까 청춘이다 <고양이를 부탁해(Take Care Of My Cat)> 한국 영화 소개, 정보, 줄거리, 후기

by 오후 세시의 바람 2023. 9. 5.



스물. 험한 세상에 막 한 발을 내디딘 다섯 명의 친구들. 사회 속에서 서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스무 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소개한다.
 

 

 

영화-고양이를-부탁해-포스터
출처 네이버

 
 

작품 정보

고양이를 부탁해(Take Care Of My Cat)
장르  드라마
개봉  2001년  /  재개봉  2021년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10분
수상  1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감독상 외 다수
감독  정재은
출연  배두나(태희 역), 이요원(혜주 역), 옥지영(지영 역), 이은주(비류 역), 이은실(온조 역), 오태경(찬용 역) 외 다수
 
 
 

줄거리

인천에서 여상을 함께 다닌 절친 다섯 명. 사회로 나온 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아직 앞날에 대한 확실한 길을 찾지 못한 태희는 집에서 무시당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집에서 운영하는 찜질방 일을 돕고 있다. 혜주는 증권회사의 신입사원이 되어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나간다. 지영은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직장을 잃고 곧 쓰러질듯한 집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비류와 온조는 중국계 일란성쌍둥이 자매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고 있다. 다섯 명의 친구들은 한 달에 한번 모임을 갖고 있다. 
지영은 우연히 길고양이를 주웠고 이름을 티티라고 붙여준다. 혜주의 생일날, 생일 선물로 티티를 곱게 포장해 혜주에게 건넨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돌려받는다. 혜주는 곧 이사를 해야 해서 티티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한다. 지영은 유학을 꿈꾸지만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먹고살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태희는 가족들 속에서 늘 겉돈다. 그녀는 그런 가족과 집을 벗어나고 싶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몽상가다. 혜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회사 내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하길 꿈꾼다.
혜주와 지영은 고등학생 때 가장 친했던 사이지만 어쩐지 지금은 사이가 썩 좋지 않다. 지극히 현실적인 혜주와, 지영은 서로 부딪친다. 그 사이를 중재하고 든든하게 친목을 지키게 하는 이가 태희, 그리고 온조와 비류다.
다섯 명 모두 각자 가정에서 녹록지 않은 현실을 가지고 있다. 지영은 친구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막막한 현실 속에 놓여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집, 병든 할아버지, 힘든 할머니, 실직.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구하면서 집 천장을 수리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지만 도무지 답이 없다. 
친구들과 모임이 있던 날, 유일하게 서울에 살고 있던 혜주는 서울에서 모이기를 강요? 하고 그렇게 서울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지영과 혜주는 또 다투게 되고 지영은 먼저 집으로 돌아간다. 혜주의 부모는 이혼을 하고 언니도 타지로 떠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태희는 친구들과 모였던 날 그렇게 떠나버린 지영이 걱정이 되어 지영의 집을 찾아간다. 지영이 없던 시간 동안 할머니가 쪄준 만두를 먹다가 체하고 만다.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온 지영과 태희는 함께 시간을 보낸다. 
다시 모임이 있는 날, 혜주와 지영은 또 투닥대고 지영은 다음날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간다. 그 밤 사이 지영이 살던 집이 무너져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사고가 발생한다. 지영은 경찰서에 불려 가 참고인 조사를 받지만 묵묵부답으로 분류심사원까지 가게 된다. 티티는 태희가 넘겨받았다.
지영이 분류심사원을 나오던 날, 태희도 집을 나온다. 티티는 비류와 온조에게 부탁한 후였다. 둘은 갈 곳을 정하지 않은 채 함께 발걸음을 내딛는다.
 
 
 
 

영화-고양이를-부탁해-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스무 살, 사회로 던져진 다섯 명의 친구들이 방황하는 '오늘' 속에서도 빛나는 '내일'을 위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이는 성인이지만 아직 학생의 천진함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사회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 다섯 명.
태희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하는 현실보다 이상주의적 성향을 지녔다. 혜주는 현실적인 아이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현실이 많다. 지영은 꿈이 있지만, 지독한 현실 속에 발이 묶인 채 서성댄다.(영화 속에서 가장 아프게 다가온 인물이다.) 비류와 온조는 명랑하고 밝다. 다섯 명의 각기 다른 환경을 가진 단짝 친구들. 같은 학교에서 같은 공부를 하며 공간과 시간의 절대적 배경을 함께할 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 둘 세상 속에서 그들 사이에 간극을 만든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그 시간이 있기에 서로의 길을 걸으며 또 함께 우정을 나눌 수 있다. 사회 속에서 부대끼며 살면서 '관계'는 노력 없이는 유지되기 힘든 것이 된다. 
스무 살은, 혼돈의 시기다. 내가 '나'로 홀로 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일 뿐, 머리도 마음도 금세 자라지는 않아 현실과 이상 속에서 갈등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영화 속 다섯 명의 인물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스무 살 모습들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스무 살. 그때 나는, 먹는 나이만큼 자라지 못한 것들로 어지러웠다. 19와 20 사이의 괴리감은 쉽사리 적응되거나 인정되지 않았다. 사거리 중앙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 하나를 이겨내면 또 다른 하나가 생겨났다. 침몰하다가도 벌떡 일어서는 절망과 희망이 손을 맞잡고 흔드는 날들이 많았었다. 그때는 그랬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자신'과 만나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십 대든, 이십 대든, 삼십 대든 세대를 막론하고 말이다. 
<고양이를 부탁해> 영화는 2001년에 개봉한 후 정확히 20년 만에 재개봉을 했다고 한다. 배두나, 이요원 등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고 그 시대만의 풍경들도 볼 수 있다. 배우는 영화 속에서 늙지 않지만 현실 배우 태희와 혜주는 이제 40대가 되었다. 나도 나이를 먹었다. 시간은, 이럴 때 강력하다. 그때와 지금이 적나라하게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스무 살은 누구에게나 오고 누구에게나 지나가는 것이니까. 고민하고 아파하고 좌절하면서도 결국 희망을 향해 일어서는 것은 다르지 않으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춘이 꼭 아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춘이 아니면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아직 단단하지 못하고 불투명한 시간을 건너는 다리 위는 위태로움이 뒤따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아프지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두려운 미래 보다 일단 오늘에 부딪쳐보는 일이 먼저다. 
제목이 왜 '고양이를 부탁해'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고양이는 영화 속에서 다섯 친구들을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한다. '고양이'보다 나는 '부탁해'에 방점을 찍고 싶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고 쉽게 다가오거나 마음을 주는 동물이 아니다. 길을 잃고 헤매던 어린 길냥이는, 아마도 스무 살 청춘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탁해'는 스스로에게, 친구에게, 현재에게, 다가올 미래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스무 살.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설렘이 뒤엉켜 혼란한 시기. 한 번쯤은 누구나 겪을, 겪었을 그때를 섬세하게 잘 표현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어디로 갈 건데?"  지영

"가면서 생각하지 뭐."  태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