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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영화관

세상의 모든 찬실이들을 위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소개, 정보, 줄거리, 후기

by 오후 세시의 바람 2023. 7. 28.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 지금 서있는 이곳은 맞는 것인가 틀린 것인가. 어디로 어떻게 한 발을 디뎌야 할까. 네거리 모서리에 서서 갈팡질팡. 내 삶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방향을 잃지 않고 길을 찾아갈까. 찬실이를 통해 '우리'를 들여다보게 하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소개한다.
 
 
 

영화-찬실이는복도많지-포스터-출연배우들모습

 
 
 

작품 정보

찬실이는 복도 많지(LUCKY CHAN-SIL)
장르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개봉  2020
러닝타임  96분
각본 감독  김초희
출연  강말금(이찬실 역), 윤여정(주인집 할머니 역), 김영민(장국영 역), 윤승아(소피 역), 배유람(김영 역) 외 다수
수상  20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올해의 비전상, 올해의 새로운 여자 배우상, 41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신인연기상 외 다수
 
 
 

간단 줄거리  

영화 크랭크인 고사를 지냈던 날 회식자리에서 감독이 갑자기 죽는다. 돌아가신 지감독밑에서 계속 영화 피디생활을 해왔던 찬실은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되고 남은 것은 지지리 궁상맞은 현실뿐이다. 변두리 산동네로 이사를 하고, 당장 먹고살기 위해 친한 배우인 소피의 집에서 가사도우미일을 시작한다.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제대로 연애도 못해보고 결혼도 못해본 찬실에게 현타가 세게 온다. 연애는 못해도 돈은 못 벌어도 영화판에서 영원히 영화일을 할 줄 알았는데 지감독이 떠난 후 영화판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찬실은 한꺼번에 몰아닥친 현실 속에서 혼란스러워하지만 열심히 현재의 현실을 살아간다.
소피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하던 중에 소피의 불어과외선생인 영을 만나고 설렘을 느낀다. 이제야 사랑이 온 것일까 싶어 두근대는 마음. 영과 술 한잔을 하며 영화이야기를 나눈 다음날, 쓸쓸한 마음을 추스르려고 이불빨래를 하던 중, 장국영을 만난다. 그러니까 자신이(자신의 이름이) 장국영이라고 말하는 속옷만 입은 남자다. 찬실은 이후로 자주 장국영을 만나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장국영은 찬실에게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그 말에 찬실은 진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집주인 할머니는 주민 센터에 한글을 배우러 다닌다. 그것을 알게 된 찬실은 할머니를 도와주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 사이도 가까워진다.
영에게 직진하기로 마음을 먹은 찬실이 어느 날 영과 데이트를 하면서 영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영은 찬실을 좋은 누나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상처받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찬실, 사십 평생, 내가 살아온 지난날은 아무것도 아니었던가. 공연히 지금 처한 모든 것들이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장국영은 이번에도 그런 찬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후기

그저, '강말금'이라는 배우가 좋아서 이 영화를 봤다.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본 셈인데, 결론적으로는 멋진 영화였다. 감독 '김초희'는 홍상수 감독 곁에서 스태프로 함께 영화작업에 많이 참여했다고 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김초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데 그래서일까, 무엇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홍상수 감독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조금은 단조롭고 심심한 느낌.  영화 속 찬실이 좋아하는 영화도 그렇다.
살아가는 건 어쩌면 이와 같은 것임을.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뚝 끊겨버린 삶의 연결성. 40이란 나이 앞에서 돌아보니 걸어온 발자국은 희미하기만 하고, 앞길에 한 발은 어디다 놓아야 할지 도무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흔히 우리가 하는 넋두리들, 이룬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네 하는 자괴감들을 찬실을 통해 보여준다. 그런데 말이다, 상황만 놓고 보면 절망과 우울이 범벅이 되어 회의감속에 허우적댈 것만 같은데 찬실은 그렇지 않다. 어제와 다르지 않게 오늘을 유쾌하게 현실에 섞여서 살아간다. 숱한 감정이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 들 어찌할 다른 방도가 있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저 살아내야만 한다. 그렇게 견디고 익숙해지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다. 울컥울컥 가둬둔 감정이 올라올 때는 그 감정에 오롯이 자신을 내어주면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국영을 보면 아비정전이란 영화가 떠오른다. 사실 이 영화 속 장국영은 찬실의 눈에만 보인다. 아마도 장국영의 존재는 찬실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존경하던 감독의 죽음으로 겪은 상실,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영화피디가 되어버린 현실, 사랑도 결혼도 못하고 40이 되어버린 지금의 모습,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가진 것은 가난뿐이라니.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찬실은 복도 없지'가 어울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찬실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다. 영과의 사랑은 끝났어도 우정이 되었고, 배우 소피와, 같이 일하던 스태프들, 주인집 할머니 등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보다 장국영이 있었고. 아마도 장국영은 찬실의 내면의 소리를 내어주는 존재 같다. 진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영화를 깨우쳐준 존재.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존재. 그런 여러 가지가 어울려 찬실은 한 걸음씩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다. 찬실이는 그래서 복도 많다. 이 영화를 본 나도 복이 없지 않은 듯.
누구나 살다 보면, 찬실과 같은 시기를 만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엎어지지 말고 함께 걷자고 살며시 손을 잡아주는 것 같은 느낌의 영화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돌아갈 수도 없는 생의 어느 한 부분을 어둡지 않고 유쾌하게 그린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다.
기차는, 뒤로 달리지 않는다.

역시, 강말금 배우가 좋다.  특출 나지 않은 것 같은데 특별하다. 캐릭터소화력이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는 빛나는 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근사한 미사여구의 말들은 아니지만, 가슴을 두드리는 말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들이다. 주말에 방구석영화 한 편 보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시길.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생각나는 대사들

"이상하게 할머니들은 가슴이 너무 아파서 안 까먹고 못 사는 그런 세월이 있는 거 같아요. 안 그러고선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나 싶어요."  찬실
"할머니들은 다 알아요. 사는 게 뭔지. 날씨가 궂은날에도, 맑은 날에도"  영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  주인집 할머니
"외로운 건 외로운 거예요. 사랑이 아니에요."  국영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찬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인집 할머니가 쓴 시(개인적으로 이 장면과 이 대사가 너무너무 뭉클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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